시간은 / 오두섭 제 스스로 흐르지 않지그냥 있는 것이지걸어가기가 귀찮은 것이지흘러가는 것 강물이지달려가는 것 바람이지저들의 길을 따라 도는 것은별자리들이지 그리움들이지새들이지 물고기지 짐승들이지무지개는 언제나 문을 다 열지 않고어떤 사람들처럼 시간은 가끔뛰어가기도 하는 것이지우리가 어디에 홀려 있을 때평소에는 그 자리 그냥 서 있는 것이지그러니 시간을 내어서랍을 괜히 한 번씩 열어 보지 마라그 안에 그냥 누워 있는 보석도숨쉬기 싫은 것이지우리에게 추억이 있는 것은시간의 몸에 대못을 박았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