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가난해 지는 법

빈페이지 2020. 10. 29. 15:46

부자들이 '소박한 삶'을 흉내 내는 것을 조롱하거나 '퇴폐적'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도보 여행이나 야영, 소풍, 바비큐를 하면서 자연과 친밀한 척하는 평범한 도시민에 비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야영을 하는 사람도 문명의 편안함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푸른 하늘 아래서 바비큐를 즐기는 사람도 공장에서 만들어진 스테이크 소스를 단념하려 하지 않는다.  1등품 신발과 활동하기에 편안하고 따뜻한 액티브 재킷을 필요로 하며, 자연과 가까워진 후에는 언제든 다시 친숙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즐기는 '소박한 삶'은 주로 상징적인 몸짓에 그친다.

 

 

 

유럽인들이 최초로 아메리카 땅에 발을 내딛고서 그곳의 원주민들과 거래를 하려고 시도했을 때, 어려움이 무척 많았다. 인디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유럽인들은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곰 가죽에 대한 욕망을억누를 수 없었다. 인디언들의 사냥 전리품을 손에 넣으려면, 먼저 인디언들에게서 유리구슬이나 알코올 같은 것에 대한 욕망을 일깨워야 했다. 

17세기 말에 영국의 식민주의자 존 배니스터는 인디언들이 "과거에 소유해보지 않아서 처음에는 전혀 아쉬움을 느끼지 않았던 물건들에 대한 욕망을 성공적으로 일깨웠다"라고 보고했다.그 물건들은 거래를 통해서 차츰 인디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었다.

 

처음에는 전혀 가지고 싶지 않더라도 계속 권유를 받다 보면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욕구가 얼마나 파렴치한 방식으로 조장 되었는지 의식하는 경우에만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유럽인들은 알코올과 총기에도 서서히 인디언들의 흥미를 돋우었다. 그 결과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오늘날에는 주로 매스컴을 통해서 욕구가 조장된다.

 

베르너 좀바르트는 <사랑과 사치와 자본주의>에서  '꼭 필요한 것을 벗어나는 모든 비용은 사치이다' 라고 말했다. 사치라는 개념은 상대적인 개념이며,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 때만 구체적인 내용을 얻는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꼭 필요한 것'을 규정하려 할 것인가?

 

 

유행의 창조자로 이름 높은 엘사 스키아파랠리는 말한다.

"사치는 부유함이나 화려한 치장이 아니라 천박하지 않음에 있다"

요즈음 돈 냄새를 풍기는 것은 전부 천박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 보이는 유일한 사람들은 이제 막 큰돈을 번 벼락부자들이다. 

 

오늘날 천박하지 않은 진정한 사치는, 세금을 적게 납부하는 계층이나 아니면 이미 상당히 오랫동안 돈을 소유하여 그사이 취향 다루는 기교를 충분히 터득한 사람들, 부유한 티를 내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다.

삶을 보람 있게 해주는 것들은 수중의 돈이 감소한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의 내적인 자주성은 지금까지 결코 수입의 문제가 아니었다.

 

ㅡ 본문 중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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