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글제를 바꾸자는 이유
정현鄭礥과 박충간朴忠侃은 동창으로 과거 공부를 함께 했는데, 과장에 들어가 박충간이
제목을 바꾸자고 앞장서 주장했다.
시관試官이 허락하지 않자, 박충간이 말했다.
"정현이 대동접大同接 에서 지었던 것입니다."
시관이 정현을 불러 물어 보자, 정현이 말했다.
"제가 과연 짓기는 했지만 이미 잊어버렸습니다. 박충관이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니 그에게
물어 보십시오."
시관이 물었다.
"자네가 과연 지었다면 어째서 자네는 잊어버리고 박충관은 그것을 기억하겠는가?"
그러자 정현이 대답했다.
"제가 지어서 버린 것을 박충간은 매양 읽고 외웠기 때문에 저는 잊어버렸지만 충간은 기억합니다.
시관과 과거 응시생들이 모두 큰 소리로 웃으니 온 과장이 떠들썩하였다.
*
대동접 : 본래 조선 시대에 성균관成均館에서 별시別試응시자를 위해 특별히 베푼 시험을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과거에 대비하여 선비들이 무리 지어 글 짓던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於于野譚 사회편 / 유몽인 지음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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