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야담 於于野譚

제목과 무관한 시권

littlehut 2013. 8. 6. 21:12

 

제목과 무관한 시권

 

 

유영충柳永忠은 매양 과문科文을 지을 때마다 글제에서 벗어난 것이 많았다.

최철견崔鐵堅은 그와 같은 마을에서 살았는데, 새벽에 과장에 들어가 횃불 아래에서 그를 불렀다.

 

"유영충! 유영충!"

유영충이 대답하자, 최철견이 말했다.

"너 지금 문장을 몇 구나 지었느냐?"

유영충이 말하길

"제목도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글을 짓겠느냐?"

라고 하자, 최철견이 말했다.

"네가 평생 제목을 보고 지은 적이 있더냐?"

과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태사공太史公은 말한다.

"제목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먼저 글을 짓는 사람이 어찌 유영충뿐이랴!"

 

 

출처:於于野譚  사회편 / 유몽인 지음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 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