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소리들 [월든walden / 헨리 데이빗 소로우]

빈페이지 2015. 7. 25. 11:52

 
 
아무리 잘 고른 책이고 고전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책에만 몰두하여 그 자체가 방언이며 지방어에 지나지 않는 어느 특정의 언어들만
읽는다면, 우리는 정말 중요한 언어를 잊어버릴 위험이 있다. 그런데 이 언어야말로 모든 사물과 사건이 비유를 쓰지 않고 말하는
언어이며, 풍부하기 짝이 없는 어휘와 표준성을 지닌 언어인 것이다.
이 언어에서 발표되는 것은 많지만 인쇄되는 것은 적다.
덧문 사이로 스며든 햇빛은 그 덧문을 완전히 걷어버리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당신은 단순한 독자나 학생이 되겠는가, 아니면 '제대로 보는 사람'이 되겠는가? 당신 앞에 놓인 것들을 보고 당신의 운명을 읽으라.
그리고 미래를 향하여 발을 내디뎌라.
 
첫 번째 여름에는 책을 읽지 못했다. 콩밭을 가꾸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일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시간을 보냈다. 꽃처럼 활짝 핀 어느 순간의 아름다움을, 육체적 일이든 정신적 일이
든 일을 하느라 희생할 수는 없는 때들이 있었다.
 
나는 내 인생에 넓은 여백이 있기를 원한다.
여름날 아침에는 간혹, 이제는 습관이 된 멱을 감은 다음 해가 잘 드는 문지방에 앉아서 해 뜰 녘부터 한낮까지 한없이 공상에 잠기곤
했다.   그런 나의 주위에는 소나무, 호두나무와 옻나무가 자라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고독과 정적이 사방에 펼쳐져 있
었다. 오직 새들만이 곁에서 노래하거나 소리 없이 집 안을 넘나들었다. 그러다가 해가 서쪽 창문을 비추거나 또는 멀리 한길을 달리
는 어느 여행자의 마차 소리를 듣고서야 문득 시간이 흘러간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이런 계절에는 나는 밤사이의 옥수수처럼 무럭무럭 자랐다. 정말이지 이런 시간들은 손으로 하는 그 어떤 일보다 훨씬 소중한 것이었
다.  그런 시간들은 내 인생에서 공제되는 시간들이 아니고 오히려 나에게 할당된 생명의 시간을 초과해서 주어진 특별수당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동양 사람들이 일을 포기하고 명상에 잠기는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대체로 나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든 개의치 않았다. 하루는 마치 내가 해야 할 일을 덜어주려는 듯이 지나갔다. 아침이구나 하면 어
느새 저녁이 되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해놓은 일은 없었다.  새처럼 노래부르는 대신 나는 나의 끝없는 행운에 말없이 미소 지었다.
참새가 집 앞의 호두나무에 앉아 지저귈 때 나는 혼자서 키득키득 웃었다. 이 웃음은 차라리 새처럼 노래 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것으로 참새는 내 둥지에서 나는 그 소리를 들었으리라.  나의 하루하루는 이교도의 신의 이름을 붙인 한 주일의 어느 요일이 아니었
으며, 또 24시간으로 쪼개져 시계의 재깍재깍하는 소리에 먹혀들어가는 그런 하루도 아니었다.
나는 푸리족 인디언처럼 살았다.  그들에 관해서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이 사람들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나타내는 데에 한 가지 말밖에 없다. 그래서 어제를 의미할 때는 등 뒤를 가리키고, 내일은
   자기 앞을, 그리고 오늘은 머리 위를 가리켜서 뜻의 차이를 나타낸다."
 
나의 이런 생활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철저하게 게으른 생활로 비쳤으리라. 그러나 새와 꽃 들이 자기들의 기준으로 나를 심판했다
면 나는 합격 판정을 받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사실이지, 인간은 행동의 동기를 자신의 내부에서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연의 하루는 매우 평온한 것이며 인간의 게으름을
꾸짖지 않는다.
 
나의 생활 방식은 자신들의 오락을 밖에서, 즉 사교계나 극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 비해 한 가지 큰 이점을 가지고 있었
다. 즉 나의 생활은 그 자체가 오락이었으며 끝없는 신기로움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수많은 장으로 구성된 끝없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우리가 항상 최근에 배운 최선의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을 조절해나간다면 우리는 결코 권태로 인해 괴로워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천재성을 바짝 쫓아가라. 그리하면 그것은 반드시 시간시간마다 새로운 경관을 보여줄 것이다.
 
출처: 월든 walden / 헨리 데이빗 소로우
        강승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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