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야담 於于野譚

임제林悌의 협기

littlehut 2013. 8. 8. 17:05

 

임제의 협기

 

임제林悌는 협기 있는 사람이다. 젊은 시절 친구와 함께 한 마을을 지나는데, 마을에 있는 제상집에서

큰 잔치를 열어 손님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주인과는 평소 아는 사이가 아니었는데, 임제는 친구에게

말했다.

"내가 전에 이 집 주인과 오랜 친분이 있었으니, 자네도 나를 따라 이 잔치에 참석하겠는가?"

친구가 좋다고 하자, 임제가 말했다.

"자네는 잠시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내가 먼저 들어가 자네를 맞이하도록 하겠네."

친구는 그 말대로 문 밖에 서 있었다. 임제가 들어가 주인과 손님의 인사를 나누고 말석에 앉아 묵묵히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술이 세 차례 돌자 손님들 중 어떤 사람이 주인의 귀에 대고 물었다.

"주인께서 저 사람을 아십니까?"

주인은 모른다고 하고는, 여러 손님들에게 묻기를

"저 사람이 당신들의 친구입니까?"

라고 하자, 손님이 모두 아니라고 하였다. 말을 마치고 주인과 손님들이 서로 돌아보며 냉소를 지으니,

임제가 그제야 입을 열어 말했다.

"여러분께서 저를 비웃는 것입니까? 저를 비웃을 일이 못 되지요. 저보다 더 비웃을 만한 사람이 있으니,

오랫동안 문 밖에 서서 내 입만 쳐다보면서 술과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자입니다."

이에 주인과 손님들이 크게 웃고는, 임제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그가 호

걸스러운 선비임을 알고는 즉시 문 밖에 있던 손님을 불렀다. 저녁이 다하도록 즐겁게 술을 마시고는 파

했는데, 문 밖에 있던 손님은 임제가 주인과 진짜로 친분이 있는 줄로만 알았지, 당돌하게도 좌석에서 자

신을 팔았던 사실은 끝내 알지 못했다.

 

 

 

겁이 없는 임제

 

임제는 본래 겁이 없었다. 과장科場에 들어가 한 선비가 맛 좋은 배를 전대에 가득 담아 둔 것을 보고는

그와 교분이 없으면서도 곧바로 전대 앞으로 가더니 마음대로 배를 꺼내 먹었다.

전대가 거의 다 비어 버리자 주인이 말했다.

"손님이 내 배를 먹더라도 이건 너무 지나치지 않소?"

임제가 말했다.

"내가 너무 심하게 겁을 먹었구료! 남의 배를 다 먹고 말다니."

그러더니 껄껄 웃고는 가 버렸다.

 

 

출처:於于野譚  사회편 / 유몽인 지음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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