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전적인 일본인의 풍속
왜인들은 성질이 급하며 죽이고 베는 것을 숭상해, 대저 눈만 흘기는 일이 있어도 그때마다
칼을 잡는다.
풍성감豊城監이란 이가 있었는데 종실宗室사람이다. 8,9세 때 포로로 잡혀 일본에 들어갔다가
나이 스물이 넘어 돌아왔다. 언어와 행동거지가 모두 본국의 옛 습성을 잊어버리고 한결같이
왜인과 똑같았으며, 병기를 사용해서 치고 찌르는 모습 또한 그들과 똑같았다.
여름철에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친척이 그를 놀리느라 종이 침으로 그의 코를 찔렀다. 풍성감
이 놀라 일어났는데, 눈은 감은 채로 자신의 허리춤을 더듬다가 칼이 없자 드디어 눈을 뜨고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왜놈들 풍속에는 앉으나 누우나 칼을 풀어 놓지 않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그 뜻에 거슬리면 즉
시 칼을 뽑아 찌른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부부간이라도 한방에서 자지 않으니 뜻하지 않은 일
이 생길까 걱정해서다. 지금 만약 내 칼이 허리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내 친척이 죽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모두 그 말을 듣고는 혀를 내둘렀다.
그 후 풍성감은 역모의 반란에 죽었으니, 일본의 풍속이 교화하기 어려운 것임을 짐작할 수 있
겠다.
출처:於于野譚 만물편 / 유몽인 지음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 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