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야담 於于野譚

물성物性의 신이함

littlehut 2013. 8. 9. 12:08

 

물성物性의 신이함

 

 

족제비는 황서黃鼠라고 하는 것으로 굴 안에서 새끼를 기른다. 암컷과 수컷이 먹이를 구하러

굴 밖에 나갔을 때, 큰 뱀 한 마리가 굴 속으로 들어와 세끼 네 마리를 모두 삼켜 버렸다.

배가 부른 푸른 뱀은 숲 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다. 돌아온 족제비 두 마리가 슬퍼 울부짖더니,

잠시 후 큰 두꺼비를 이리 몰고 저리 몰아 뱀 앞에 이르렀다. 두개의 나뭇가지를 맞대어 두꺼비

의 배를 양쪽에서 끼고는 두꺼비 꼬리를 뱀의 입 쪽으로 향하게 하였다. 족제비들이 두 개의 맞

댄 나뭇가지 끝을 입으로 물고 단단하게 조이자, 두꺼비가 뱀 입에 서너 차례 오줌을 갈겼다.

그러자 뱀은 꿈틀대더니 죽었고, 족제비는 뱀의 배를 갈라 네 마리 새끼를 꺼내 핥아 주었다.

 

아! 동물 또한 보복하여 눈앞에서 통쾌하게 원한을 풀 줄 아니, 단지 새끼를 아끼는 천성이 같을

뿐 아니라 상극相剋하는 사물의 성질 또한 알 수 있음이 신령스러운 것이다. 사람이 꿩을 사냥하

고 살펴보니, 꿩은 일찍이 화살 맞은 상처 부위를 송진으로 메워 놓은 것이었다. 또 물고기를 잡

고 보니, 물고기가 일찍이 작살을 맞은 흔적이 있는데, 상처 구멍을 송진으로 가득 채운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멧돼지가 화살을 맞고도 죽지 않았는데, 이 또한 송진을 발라 화살 구멍의 상처를

아물게 한 것이다. 물성이 또한 신령하여 스스로 약을 써 치료하는 법을 알고 있으니, 이 어찌 만

물의 성정이 또한 산 것을 잘 살도록 해 주는 하늘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출처:於于野譚  만물편 / 유몽인 지음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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