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로朴仁老

[조월탄釣月灘] [경운야耕雲野][정운령停雲嶺] / 박인로

littlehut 2013. 9. 3. 14:02

 

조월탄

釣月灘 / 박인로

 

낙대를 비껴 쥐고 조월탄 바로 내려

붉은 여뀌 헤쳐 내고 달 아래 앉았으니

아무리 동강 흥미인들 부럴 줄이 있으랴

 

조월탄: 달을 낚는 여울이라는 뜻. '입암 28경'의 하나

홍미인들: 중국 후한 때 엄광이 부춘산에 숨어 살며 동강에서 고기 낚던 흥미인들

 

 

경운야

耕雲野 / 박인로

 

저낙이 갈던 밭이 천 년을 묵었거늘

구름을 허혀 들어 두세 이랑 갈아 두고

생애를 족다사 할까마는 부럴 것은 없노왜라

 

경운야: 구름을 헤치고 가는 들이라는 뜻. '입암 28경'의 하나

저낙: 장저長沮와 걸닉桀溺은 춘추시대 때 전원에 은거하던 선비들

허혀들어: 헤치고 들어가

족다사 할까마는: 넉넉하다고야 할까마는

부럴: 부러울

 

 

정운령

停雲嶺 / 박인로

 

정운령 바라보니 천중에 뚜렸괴야

척피최외하면 오운봉래 보련마는

병목에 눈물이 어리니 바라보기 아득하다

 

정운령: 구름도 머물다 넘는 높은 영마루라는 뜻. '입암 28경'의 하나.

천중에: 하늘 가운데에

척피최외陟彼崔嵬: 높은 산에 오른다는 뜻

오운봉래五雲蓬萊: 오색구름이 어린 봉래산

 

 

산지령

産芝嶺 / 박인로

 

산지령 올라오니 일신이 향기롭다

사호 상산도 이 지령 아니런가

산로에 구름이 깊으니 아무 덴 줄 모르노라

 

산지령: 지초가 나는 영마루라는 뜻. '입암28경'의 하나

四皓 商山: 한나라 때 네 명의 선비가 벼슬을 마다하고 은거하던 곳을 말한다.

지령: 지초가 나는 고개

 

 

격진령

隔塵嶺 / 박인로

 

격진령 하 높으니 홍진이 멀어 진다

가뜩이 먹은 귀 씻을수록 먹어 가니

산 밖의 시시비비를 듣도 보도 못하노라

 

격진령: 시끄러운 세상과 떨어져 있다 하여 붙인 영마루의 이름. '입암 28경'의 하나

 

 

화리대

畵裏臺

 

강상산 내린 끝에 솔 아래 넓은 들에

취람단하 첩첩이 둘렀으니

어즈버 운모 병풍을 갓 그린 듯하여라

 

화리대: 그림 속에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대라는 뜻. '입암 28경'의 하나

강강산: 강가에 솟아 있는 산

취람翠嵐단하丹霞: 푸르스름한 아지랑이와 붉은 노을

 

 

출처: [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웠더니 / 김하명 엮음]  도서출판 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