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

빈페이지 2014. 10. 26. 12:12

 

서양에서는 철학을 Philosophy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다시피 "지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지智에 대한 애愛입니다.

그에 비하여 동양의 도道는 글자 그대로 길입니다. 길은 삶의 가운데에 있고 길은 여러사람들이 밟아서 다져진

통로(beaten pass)입니다.

도道 자의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착辵과 수首의 회의문자會意文字입니다.

辵은 머리카락 날리며 사람이 걸어가는 모양입니다. 수首는 물론 사람의 머리 즉 생각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도란 걸어가며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이 도의 어원에 대한 논의도 많습니다. 도道는 도導에서 유래한 것으로, 이 경우의 도導는 이민족의 머리를

손에 지니고 재액災厄을 막으며 선도하여 적지로 나아가는 의미라고 합니다. 대단히 무서운 글자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도道가 도덕적 의미로 사용된 예는 서경」書經에 와서야 처음 그 용례가 발견되고 있으며, 도의 의미를 

철학을 의미하는 이른바 존재에 대한 인식 방식이나 나아가 형이상학적 의미로 발전시킨 것은 장주莊周 일파의

철학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원이나 용례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도는 그것이 철학이든 도덕이든 어경우

에나 도로와 길의 의미입니다.

도는 길처럼 일상적인 경험의 축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점에 있어서 서양의 철학과 분명한 차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듯이 이 조각은

턱을 고이고 앉아서 묵상하는 자세입니다. 이러한 묵상적인 자세가 상징하고 있는 철학적 의미는 매우 중요합

니다. 진리란 일상적 삶 속에 있는 것이 아니며 고독한 사색에 의해 터득되는 것임을 선언하고 있다고 할 수 있

습니다. 진리란 이미 기성의 형태로 우리의 삶의 저편에 존재하는 것이며, 사람들이 그것을 사랑하고 관조하는

구도 속에 진리는 존재합니다.

 

이것은 매우 큰 차이입니다.

진리가 서양에서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신학적 문제임에 반하여 동양의 도는 글자 그대로 '길'입니다. 우리 삶의

한복판에 있는 것입니다. 도재이道在邇, 즉 도는 가까운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것입니다.

동양적 사고는 삶의 결과를 간추리고 정리한 경험 과학적 체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동양 사상이

윤리적 수준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고 할 수 있지만 반면에 비종교적이며 과학과의 모순이 없습니다.

 

출처: 강의 / 신영복

펴낸곳: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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