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빈페이지 2023. 12. 7. 20:32

 
 
 작은 시골 도시에는 가느다란 보슬비가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가느다란 보슬비는 시골 소도시를 더욱 다소곳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평소의 귀엽고 발랄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건물 벽에, 아이들 이마에, 비옷의 모자 위에 섬세한 진주 방울들이 맺히고, 모든 것이 친밀감과 행복감 속으로 모여든다.
 
집집마다 일찌감치 덧창을 닫고, 상점과 시청의 커튼도 내린다.   
 
그때쯤이면 소도시의 사람들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안락의자에 자리를 잡은 그들은 조용히 미래를 접고서, 어쩌면 일어났었을 수도 있는 일에 대해 꿈을 꾸는 것이다.
 
로맨틱한 정열, 아름다웠던 유년기 등을.
 
꿈꾸고 있는 방을 약간 어둡게 해놓은 것은 순전히 절전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지만, 그러나 바로 그 희미한 빛 때문에 현재의 순간을
 
슬쩍 피해 몽상의 세계로 날아갈 수 있다.
 
이제 비는 거대한 젖은 외투로 도시를 감싼다.  
 
일상 생활 속에서 감지될 수 없었던 그 나머지 세계는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다.
 
 
 
출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피에르 쌍소
         김주경 옮김 - 동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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