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에 관해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때의 일이다.
수학 시험 시간, 시험지를 받았는데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주저하다가 CMR 카드에 번호를 찍기 시작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긍정적인 학생이었다.
시험이 끝났다.
...
정답을 맞춰보면 뭐하나 하는 마음에 교실을 나가려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겼다.
모든 정답을 맞춰볼 필요는 없고, 칠판에 적혀있는 첫 문제의 정답과 마지막 문제의 정답만을 빠르게 확인했다.
그리고 손에 들려 있는 내 시험지의 첫 문제와 마지막 문제를 봤다.
두 문제 다 맞았다.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 수학 시험은 대박인가보다.
그리고 결국 나의 수학 시험은 첫 문제와 마지막 문제만을 맞춰서 10점이 되었다.
다른 성적도 크게 다를 건 없었는데, 수학을 기준으로 하면 전교 문과생 290명 중 280등 정도 했던 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 었던 것은 내 뒤로 0점과 5점을 받은 아홉 명이 더 있다는 것이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만나고 있는 내 친구 G가 나에게 충고했다.
"너는 그래서 안 되는 거다. 시험은 확률의 문제다. 그렇게 아무 번호나 찍으면 안 되고, 한 번호로 쭉 찍어야 한다."
좋은 친구다.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G역시 그 수학 시험에서 나와 동일하게 10점을 받았다.
곧 기말고사가 찾아왔다.
고등학교 2학년의 마지막 시험이었다.
...
나는 평온했다.
오늘 모든 문제를 관통할 하나의 번호를 찾아내기에는 시간이 충분했다.
합리적으로 생각했다.
...
결과적으로 나는 세 문제를 맞춰 15점을 받았다.
-첫번째 계단 중-
열한 계단/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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