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제갈공명이 옆방에 살지라도 우리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위임해서는 안 된다.
"나다운게 뭔데?"
그러게나 말이다.
이 유명한 클리셰만큼이나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건 익히들어 알겠는데, 나다운 게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왜 우리는 나다운 게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할까?
발달심리학자 제임스 마샤는
자아정체성의 성취 정도에 따라
정체성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 네가지 유형은 성취, 탐색, 폐쇄, 혼미 정체성인데,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은 대다수가 낮은 정체성 지위인 폐쇄지위에 놓여 있었다.
폐쇄지위란 기존의 사회 가치 체계를 그대로 순응하고 전념한 유형인데,
이론에 따르면 이처럼 정체성 지위가 낮은 곳에 있는 이유는 위기의 부재에 있었다.
인생에 위기가 없었다니 뭔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위기란 보이스피싱을 당하거나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는 일이 아니라,
목표, 가치, 신념에 대해 자문하며 투쟁한 적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투쟁하지 못했을까?
이는 자신에 대한 탐색과 자문의 과정을 권하지 않는 사회 문화에서 비롯됐다.
...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철학을 세우기 보다는 사회나 부모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사는 것에 더 익숙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신념과 철학은 커녕
자신에 대한 윤곽선도 또렷이 그려내지 못했다.
정답지만을 손에 쥐고 과정 없이 어른이라는 결과만 남은 이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답을 알려줄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법륜 스님도 오은영 선생님도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지 못한다.
프리랜서가 된다고 해서 나다운 것도 아니고
특이한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나다운 것도 아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삶을 일구는 것이 나다운 삶이다.
그러니 제갈공명이 옆방에 살지라도
우리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위임해서는 안 된다.
오직 과거라는 당신의 데이터 베이스와 실수라는 오답 노트,
그리고 내면의 나침반을 믿고 스스로 나아가야 한다.
글 출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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