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책

빈페이지 2026. 7. 2. 23:57


어떤 지식은 한 인간의 지평을 넓히지만, 어떤 지식은 오히려 그를 우물에 가둘수도 있다.
불편한 지식만이 우물을 파는 관성을 멈추게 하고, 굳어버린 내면을 깨뜨리고, 나를  '한 계단' 성장시킬 수 있다.
이 책은 어느 평범한 인간이 태어나 처음으로 책을 읽고, 질문을 만나고, 깨달음과 깨부숨을 반복해가며 한 명의 지식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생생한 기록이다.

*

사람들로 부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는 대답하기 곤란하다.
왜냐하면 옷을 사고 입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듯 책을 고르고 읽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해야 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불편한 책을 읽을 것.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첫 번째는 익숙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 동감하면, 다음에는 그와 관련된 좀 더 심도 있는 책을 선택한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하나의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사람이 있다.

두 번째는 불편한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책을 읽고 그 세계에 동감하면, 다음에는 그 세계를 무너뜨리는 전혀 다른 세계관의 책을 선택한다.
이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자기 세계의 지평을 점차 넓혀가는 사람이 있다.

두 가지의 방법이 있는 것이다.
익숙한 세계의 깊이를 더하는 방법과 불편한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방법.
어떤 방법이 더 옳은가? 그런 것은 없다.
두 가지 모두 괜찮은 방법이다.
...두 가지 방법을 다 선택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우리는 안다. 죽음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끝이 있고, 그 끝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온다.
...
다만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두 번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불편한 책을 읽는 사람.
불편한 세계를 선택하고, 그 불편함을 극복해가는 사람이면 좋겠다.
왜냐하면 세계는 아주 넓고 오래되었으며, 그래서 신비하기 때문이다.
...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세계의 다양한 영역을 모험하는 가장 괜찮은 방법은 불편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책이 불편한가?
그것은 자신만이 안다.
...
예를 들어보자. 내가 만약 기독교인이라면 나는 이미 불편한 책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다른 종교의 책이다.
...
인생의 여정에서 이런 책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왜냐하면 작은 불편함만 이겨낸다면 나는 이 책을 통해 아직 가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편함은 나를 인도하는 하나의 문이다.
불편함을 꾹 참아내고 다른 종교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하면 곧 알게 된다.
당연히 거짓일 거라고 생각했던 불교나 힌두교의 내적 논리가 얼마나 탄탄한가를.
이제 한 계단을 오르게 되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기독교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불교도나 힌두교도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드디어 종교인이 된다.

불편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종교인이 된 나에게는 다른 종류의 불편함이 찾아온다.

불편함은 계속된다.
...불편함은 삶을 죽음으로 죽음을 초월로 밀어 올린다.

그래서 불편함은 설렌다.
어떤 책 속에서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당신이 방금 새로운 대륙에 도착했다는 존재론적 신호다.
이제 기존의 세계는 해체될 것이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 더 높은 단계에서 나의 세계가 재구성될 것이다.
하나의 계단을 더 올라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에게 불편함을 권한다.

글출처: 열한 계단 /
채사장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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