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의 환술
전우치田禹治는 송도의 술사術士다. 한번 본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바가 없었다. 가업에 종사하지 않고,
산수 사이를 마음껏 노닐면서 둔갑술과 귀신을 부리는 술법을 터득했다. 일찍이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紫蛙周禮正王法
자 와 주 례 정 왕 법 왕망의 주례는 왕법을 바르게 했으며
南相文章眞伊周
남 상 문 장 진 이 주 남 재상의 문장은 참으로 이윤과 주공이로다
璞亦璞鼠亦朴
박 역 박 서 역 박 박璞 또한 옥덩이요 쥐 또한 옥덩이며
隋候珠魚目珠
수 후 주 어 목 주 수후의 구슬도 구슬이요 고기 눈알도 구슬이로다
蝘蜒嘲龍眞龍羞
언 연 조 룡 진 룡 수 도마뱀이 용을 조롱하니 진짜 용이 부끄럽구나
山人拂袖歸去早
산 인 불 수 귀 거 조 산인이 소매를 떨치고 일찍 돌아가니
桂樹丹崖風景好
계 수 단 애 풍 경 호 계수나무 붉은 절벽 풍경이 좋도다.
당시에 재령 군수로 있던 박광우朴光佑는 그가 여러 책에 박식한 것을 아껴 매우 정성스럽게 대접했다.
하루는 관아 동헌에 마주 앉아 있는데, 봏해진 편지 한 통과 공문이 왔다. 감사에게서 온 비밀스러운 것
이었다. 박광우가 편지를 열어보고는 낯빛이 변하여 자리 아래에 그것을 감추었다.
전우치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박광우는 침묵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대개 조정에서 전우치의 요사한 환술을 몹시 싫어하여 기필코 잡아
죽이고자 했는데, 감사는 박광우가 전우치를 정성스럽게 대우함을 알고 사적인 편지를 보내 전우치를 놓
치지 말라고한 것이었다. 그러나 박광우는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어서 전우치로 하여금 도망가서 숨게
하고자 하여 몰래 그에게 말하였다. 전우치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마땅히 알아서 조치하겠습니다."
그날 밤 그는 목메어 죽었다. 박광우가 비통하게 여겨 장례를 후하게 치러 주었는데, 두 해 뒤에 차식車軾
의 집에서 정우치가 책을 찾아갔다. 지금 재령군에 전우치의 묘가 있다.
*
박 또한 옥덩이요 쥐 또한 옥덩이며 :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킨다. 鄭나라 사람은 옥을
아직 가공하지 않은 것을 박璞이라 하고, 주周나라 사람은 쥐를 잡아서 포로 만들기 전의 것을박朴이라 했다.
주나라 사람이 정나라 상인에게 "박璞을 사겠소?라고 하자, 정나라 상인이 "사겠소"라고 하였는데, 쥐를 내
보이자 사절했다. ("전국책" "진책" 참조)
밥알을 나비로 화하게 한 전우치
송기수가 낙봉駱峰 아래로 기재企齋 신광한申光漢을 방문하였는데, 포의布衣를 입은 손님이 앉아 있었다.
신광한이 자못 정성스럽게 그를 대우했는데 송기수는 면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신광한이 말했다.
"영공令公께서는 이 선비를 본 적이 없으십니까? 이분이 전우치입니다."
송기수가 말했다.
"매양 이름을 들었으나 책 속의 고명한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이처럼 늦게야 만나 봄이 한스럽습니다."
신광한이 말했다
"자네는 어찌 영공을 위해 장난삼아 도술 한 가지 하지 않는가?"
전우치는 웃으며 말했다
"어떤 놀이를 할 수 있을까요?"
조금 있다가 그 집에서 마실 것과 밥을 올렸다. 전우치가 밥알을 씹다가 뜰을 향해 내뿜으니 그것들이 하얀
나비로 변하여 무수히 뜰을 가득 채우며 날아갔다.
출처:於于野譚 종교편 / 유몽인 지음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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