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야담 於于野譚

구라파의 천주교와 이마두의 천주실의

littlehut 2013. 8. 2. 13:09

 

구라파의 천주교와 이마두의 「천주실의」

 

 

천축天竺의 서쪽에 나라가 있어 "구라파歐羅巴라고 하는데, 구라파란 그 지역 말로 "커다란 서쪽(大西)"이란

뜻이다. 그 나라에는 하나의 도道가 있어 "기리단伎利檀이라고 하는데, 그 지역 말로 "하늘을 섬긴다"는 뜻이

다. 그도는 유교도 불교도 선교仙敎도 아니고, 별도로 하나의 갈래를 세운 것이다.

무릇 마음을 다스리고 일을 행하는데 있어 하늘의 뜻에 어그러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여러 나라

에서는 각기 천존天尊의 형상을 그려 놓고 받들어 섬기며, 석가와 노장및 우리의 유교는 배척하여 마치 원수처

럼 적대시한다. 우리의 도에 이르러서는 일컬어 기술한 바가 많지만 큰 뿌리는 현격히 다르고, 불교에 대해서는

윤회설을 심히 배척하지만 천당과 지옥은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곳 풍속은 혼인하는 것을 숭상하지 않고 평생토록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을 택해 군장君長으로 삼고

"교화황"敎化皇(교황)이라고 부른다. 천주天主의 뜻을 이어받아 가르침을 베풀고 세상을 깨우치는데, 세습하

지 않고 현자를 택하여 세운다. 사사로운 집을 이루지 않고 오직 공무만 힘쓰며, 또한 자녀가 없이오직 백성들

을 자식으로 삼는다. 그 글은 대략 회회와 같이 왼쪽에서부터 쓰며, 글자는 가로로 써 가며 행을 이룬다. 그 선

비(修士)는 친구 간의 사귐을 중히 여기고, 대다수가 천문과 별자리에 정통하다.

 

만력萬曆 연간에 이마두利瑪竇(마테오리치)라는 자가 있었는데, 구라파에서 태어나 팔만 리를 두루 다니다가

남쪽 오문澳門(마카오)에서 10여 년을 머물렀다. 능히 천금의 재산을 모았는데 모두 다 버리고 중국에 들어가

여러 서적과 성현의 글을 두루 보고 계묘년(1603, 선조 36)에 책을 저술하였는데, 상하 권 8편으로 이루어졌다.

첫 편에서는 천주가 처음으로 천지를 창조하고 주재하며 편안하게 길러 주는 도를 논했고, 제2편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천주를 잘못 알고 있음을 논했다. 제3편에서는 사람의 영혼은 불멸하기 때문에 금수와는 크게 다르

다는 점을 논했고, 제4편에서는 귀신과 인간의 영혼, 천하 만물을 일체라고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논했고, 제5

편에서는  육도六道의 세계를 윤회한다는 설의 그릇됨을 논변했다. 제6편에서는 하늘의 뜻은 멸할 수 없음을

해명하고, 천당 지옥과 선악의 보응을 풀이했고, 제7편에서는 인성이 본디 선함을 논하고 천주가 바른 학문임

을 서술했다. 제8편에서는 서구의 풍속을 모두 들고 전도하는 선비가 혼인하지 않는 이유를 논하고, 아울러 천

주가 서쪽 땅을 내려와 탄생하고 머문 것에 대해 풀이했다.

제목을 천주실의라고 했는데, 천주는 상제를 말하고 "實"이란 텅 비지 않은 것이니, 노장불교의 ""空

과 ""無를 배척한 것이다. 그 끝 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한漢나라 애제哀帝 원수元壽 2년(기원전 1) 동지冬至 후 3일에 그 나라의 동정녀에게 강림하여, 혼인하지도 않

았는데 잉태해 남아를 낳으니 이름을 "야소"耶蘇(예수)라고 했다. 야소란 것은 세상을 구원한다는 뜻인데, 그

가 스스로 종교를 세웠다.

한나라 명제明帝 때에 이르러 서역에 신인神人이 있다는 말을 듣고 사신을 보내 구하였는데, 길을 절반도 못 가

서 독국毒國에서 불경을 가지고 돌아와 성교聖敎, 유교를 그르치게 되었다.

중국의 소창기小窓記와 속이담續耳譚에 이마두에 관한 사적과 이마두가 지은 우론友論 및 동혼의銅渾儀,

坤儀, 여도팔폭輿圖八幅등이 모두 실려 있다.

 

대개 이마두는 이인이다. 천하를 두루 보고서 이에 천하여지도를 그리고, 각기 그 지역의 말로써 여러 나라에

이름을 붙였다. 중국은 천하의 중심에 있고, 구라파는 중국의 4분의 1보다 크며, 그 남쪽 지방은 매우 더운데 유

독 그곳만 가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 종교는 이미 행해져서 동남의 여러 오랑캐가 자못 존중하고 믿는다. 일본

은 예로부터 석가를 숭배하고 섬겼는데, 기리단의 교리가 일본에 들어오자 석가를 배척하고 요망한 것으로 여

겼다. 불도佛道가 된 자를 용납하지 않고 침을 뱉어 마치 진흙이나 찌꺼기처럼 여겼다. 전에 평행장平行長이 이

도를 존숭했다고 하는데, 유독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허균이 중국에 이르러 그 지도와 게偈 12장을 얻

어 왔다. 그 말이 매우 이치가 있으나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하며, 혼인하지 않는 것을 옳다고 여기니 어찌 그릇

된 도道를 끼고 세상을 미혹되게 하는 죄를 면할 수 있으리오?

 

 

출처:於于野譚  종교편 / 유몽인 지음

신익철, 이형대, 조융희, 노영미 옮김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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