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봄은 때때로 봄은 / 문정희때때로 봄은 으스스한 오한을 이끌고얇은 외투 깃을 세우고 온다무지한 희망 때문에유치한 소문들을사방에다 울긋불긋 터트려 놓고풀잎마다 초록 화살을 쏘아 놓는다때때로 봄은인생도 모르는 젊은 남자가연애를 하자고 조를 때처럼 안쓰러운 데가 있다 시 2023.04.08
내 가슴에도 봄이 오나 봐 /이채 어떻게 살아야 꽃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살아야 향기가 될 수 있을까 어디에 가면 내 꽃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늘을 보면 구름을 닮고 싶고 바다를 바라보면 구름을 닮고 싶고 산을 바라보면 나무를 닮고 싶고 내 깊은 숲 속에 초록빛 꿈 하나 있어 봄이 오면 새는 지저귀나봐 내 소망의 뜰에 분홍빛 사랑 하나 있어 봄이 오면 꽃은 피나 봐 외로운 들길에서도 해맑은 얼굴로 피어 있는 연보라 꽃 한 송이의 미소 피어나기 위해 기꺼이 참아내는 아픔이고 싶어 꽃이 피면 봄 앓이를 하나 봐 아지랑이 고운 언덕에 서면 눈물방울 글썽이는 파아란 꿈 빛 하늘가 다가서는 사람이고 싶고 이루는 꿈이고 싶어 내 가슴에도 봄이 오나 봐 시 2023.04.07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 / 문태준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절 접어둘 것 시 2023.02.24
흘러가는 세월의 마음 / 김태연 어느님이 그랬을까 모든 것은 흘러가는 거라고 영원히 머뭄도 없는 거라고 속절없는 세월이 속 모르고 저 홀로 흘러가면 어이 좇아 갈거나 뜨거운 사랑이 마음의 빛을 잃고 떠나면 어이 찾아 갈거나 황혼에 지는 해야 산마루에 쉬엄쉬엄 가려마 바람 좇아 흘러가는 세상의 일이 하도, 무상해 어두움인지 밝음인지 모르는 검불 같은 생, 덧없다 긴 숨 쉰다. 흘러가는 세월의 마음 / 김태연 시 2023.02.23
인생은 혼자라는 말밖에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외롭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은 사치스러운 심사라고 생각하시겠지요 나보다 더 쓸쓸한 사람에게 쓸쓸하다는 시를 보내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 그리고 나보다 더 그리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그립다는 사연을 엮어서 보내는 것은 인생을 아직 모르는 철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시겠지요 아 나는 이렇게 아직 당신에게는 나의 말을 전할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저 인생은 혼자라는 말밖에 인생은 혼자라는 말밖에 / 조병화 시 2020.10.13
저녁별처럼 기도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저기 홀로 서서 제자리 지키는 나무들처럼 기도는 땅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저기 흙속에 입술 내밀고 일어서는 초록들처럼 땅에다 이마를 겸허히 묻고 숨을 죽인 바위들처럼 기도는 간절한 발걸음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깊고 편안한 곳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저녁별처럼 저녁별처럼 / 문정희 시 202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