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은 조선 중기에 여러 차례 화재가 있었다. 임진왜란으로 완전히 불에 탄 이후로는 드디어 다시
수축하지 못한 채 궁궐의 계단과 주춧돌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고종 을축년에 중건하기 시작하여 수년간에 걸쳐서 준공을 하고 정묘년에 그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 궁궐의 웅장함이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 역사役事를 시작할 때 재정이 고갈되어 8도
부호富戶의 명단을 뽑아서 돈을 각출해 냄으로써 파산자가 속출하였다. 경복궁을 수축하기 위하여
거두어들이던 돈을 원납전願納錢이라고 불렀는데 백성들은 입을 삐쭉대면서 願납전이 아니라 怨納錢
원납전이라 빈정댔다.
이때 금전을 징수하는 데는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했다. 서울에서는 문세전門稅錢을 냈고 다른 지역
에서는 정구丁口를 계산하여 징수하였다. 그래서 백성들은 이것을 신낭전腎囊錢이라 불렀다. 또한
전묘田畝 수가 얼마나 되는가를 따져서 징수하였으니 백성들은 이것을 수용전水用錢이라 불렀다.
원납전願納錢 : 스스로 원해서 내는 돈이란 뜻
원납전怨納錢 : 원망하면서 억지로 내는 돈이란 뜻
신낭전腎囊錢 : 신낭은 '불알'을 말하는 것이니 불알 단 값으로 내는 돈이란 뜻
정구丁口 : 인구. 장정의 숫자.
전묘田畝 : 논과 밭. 곧 농토의 넓이.
수용전水用錢 : 물을 사용하는 값으로 돈을 낸다는 뜻.
출처: 매천야록梅泉野錄 / 黃玹 著
李章熙 譯 , 明文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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