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현(金輔鉉)은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의 후손이다. 젊어서부터 교활하고 아첨을 잘해서 약관의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였다. 나귀를 사서 타고 다녔는데 그 나귀가 3일만에 죽었다. 청알(請謁)하는 일이 너무 많다보니
타고 다니는 나귀가 힘이 지쳤기 때문이다. 장김(壯金)에게 터놓고 가까이 지내는 손(客)이 되어 철종 때에 이미
벼슬이 대교(待敎)를 거쳐 참판에 이르렀다. 대원군이 그 사람 됨됨이를 비루하게 10년간 의망(擬望)에서 제외
시켰다. 일찍이 3년상을 당하여 대원군의 조문을 받지 못하면 수치스런 일이 될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대원
군이 익살스런 해학으로 남을 욕보이는 것을 좋아하였으므로 자기에게 욕할 만한 자료가 있으면 반드시 조문할
것이라 하여 대원군의 문객에게 말하기를 "우리 선인의 아명은 강아지였는데 그대는 그것을 대원군에게 말하지
마시오. 그 어른은 다른 사람을 욕보이는 것을 잘하니 내가 그 욕을 당할까 심히 두렵소." 하였다.
그 문객이 돌아가 대원군에게 아뢰기를, "김보현의 아버지는 아명이 강아지라 하던데 대감께서는 그것을 모르시
오?" 하였다. 운현은 크게 기뻐하여 즉시 수레을 내어 가서 빈소의 휘장을 걷고 "오요獒獠, 오요獒獠!"하는 소리
를 수차 하다가 그치고 나서 김보현을 돌아보며, "나, 가오."하고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고 떠났다.
김보현은 드디어 흔연히 조객록弔客錄에 기록하기를, "아무날 대원군이 들어와 곡하다 某日大院君入哭"라고
썼다. 이 말은 들은 사람들은 포복절도(허리를 꺽고 웃다)하였다.
그것은 "이오 이오!"하는 것은 우리말에 강아지를 부르는 소리이다. 그런데 지금의 습속에 조상하는 사람들이 곡
을 할 적에 계속해서 "어이 어이"하니 "오요 오요"와 "애고 애고"는 음이 서로 비슷한 때문이다
[蓋獒獠獒獠者 方言喚狗子之聲 而今俗弔人之哭 連呼哀哀 獒獠獒獠與哀哀 音相近也]
개오료오료자 방언환구자지성 이금속조인지곡 연호애애 오료오료여애애 음상근야
이에 이르러 민승호의 연줄로 대궐을 출입하면서 크게 총애를 입어 한 달만에 이조 판서로 발탁되어, 선혜청 당
상宣惠廳堂上을 겸하였으며, 얼마 후 경기 감사까지 지냈다.
의망擬望 : 삼망三望의 후보자를 추천함. 삼망은 1인의 관원을 채용하는데 3인의 후보자를 임금에게 추천하는
것. 임금은 그 중 1인에게 낙점落點하여 결정함
출처: 매천야록梅泉野錄 / 黃玹 著
李章熙 譯 , 明文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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