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개와 늑대의 시간
저기 어둠을 거느린 채 다가오는 것이 개인지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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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분명해졌다.
잡지에서 에어서플라이의 브로마이드를 뜯어낸 것은 일종의 복수였다. 짜릿했다.
아무리 사소하고 보잘것없더라도 복수란 그토록 황홀한 것.
하지만 복수의 황홀경에서 깨어나자마자 비참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시궁창에 처박힌 것 같았다.
복수의 날카로운 칼에는 칼집이 없다. 복수의 칼을 거둔 자존심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복수가 '찌질'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고민 끝에 손영희는 서점으로 달려갔다. 잡지를 새것으로 바꿔놓을 요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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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를, 스포트라이트를, 무대를, '나와바리'를 빼앗긴
손백기는 애먼 막걸리만 들이켰다.
낮은 불그락푸르락 속은 화끈화끈 , 목구멍을 내려가는 게 막걸리인지 불덩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이토록 저렴한 구라가 사람들의 귀를 현혹했단 말인가?
아침에 혼이 실린 구라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구라계의 도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궁지면 토크계의 호랑이 손백기는 굴러 들어온 하룻강아지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설령 나라를 구했어도 공을 스스로 떠벌리지 않고 남이 떠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구라 군자의 도리이거늘 !
당장 그 입을, 주디를 닥치라.
하지만 손백기는 흉중의 말은 한마디도 못한 채 소화불량 환자처럼 끅끅커리기만 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나 새끼 순경의 독무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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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은 자가발전하는 영구기관이다. 일단 발동이 걸리면 멈추는 법이 없다.
...
공포라는 짐승은 판단력이라는 풀이 떨어지면 망상이라는 제 배설물도 마다하지 않는다.
싸고, 싼 것을 먹고, 공포와 고스톱을 치면 피가 남아나지 않는다.
공포는 먹기 위해 싸는 타짜 중의 타짜, 제 꼬리를 물고 있어서 절대로 굶겨죽일 수 없는 우로보로스.
손박기의 얼굴은 담뱃재보다 창백했고 눈앞은 뒷간보다 캄캄했다.
패닉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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